암을 통제하는 방법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자연환경부터 질병까지 세상의 많은 것들을 통제하며 살아왔지만 우리 몸속에서 통제를 벗어나 마음대로 진화하는 암을 제어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암을 치료할 때 몸속의 암세포를 단 하나도 남김없이 완벽하게 없애버리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과거 농부들이 농작물을 갉아먹는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아주 강력한 화학 살충제를 마구 뿌렸던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하지만 농부들의 이런 무차별적인 공격은 결국 약에 내성을 가진 가장 독한 슈퍼 해충들만 살아남게 만들어서 나중에는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습니다. 암 치료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환자가 견딜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독성의 항암제를 투여하면 처음에는 암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약물에 저항하는 가장 강력하고 독한 암세포들만 살아남아 다시 무섭게 번식하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암세포들은 마치 잿더미 속에서 더 강해져서 부활하는 불사조처럼 이전보다 훨씬 치료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상태로 진화해 버립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해충을 완전히 박멸하는 대신 피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만 숫자를 조절하는 지혜로운 농법에서 영감을 얻어 적응형 요법이라는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했습니다. 이 방법의 핵심은 암세포를 무조건 죽이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면서 암과 환자가 공존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환자에게 약을 투여할 때 종양의 크기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종양이 커지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한의 약만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약에 약한 일반적인 암세포들이 완전히 죽지 않고 일부 살아남게 되는데 이 살아남은 약한 암세포들이 독한 내성 암세포들과 한정된 영양분과 공간을 두고 경쟁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약한 암세포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내성을 가진 독한 암세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나 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이 적응형 요법은 환자의 고통을 줄이면서도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암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암세포가 진화하는 과정 자체를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는 것도 훌륭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암은 돌연변이가 쌓이면서 발생하므로 몸속의 염증을 줄이는 가벼운 약을 사용해 돌연변이가 생기는 속도를 늦추면 암이 치명적으로 변하는 시간을 크게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가짜 약을 이용해 암세포를 속이는 기발한 방법도 있습니다.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암세포들은 약물이 들어오면 자신들의 에너지를 억지로 써가며 약을 펌프질해서 밖으로 내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몸에 해롭지 않은 가짜 약을 투여하면 내성 암세포들은 이것을 진짜 약으로 착각하고 밖으로 퍼내느라 귀중한 에너지를 모두 낭비하게 되어 결국 분열하고 성장할 힘을 잃게 됩니다. 암세포가 살아가는 주변 환경을 조절하는 방법도 효과적입니다. 암세포는 주변 환경을 산성으로 만들어 정상 조직을 파괴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준비를 하는데 이때 베이킹소다 같은 물질을 이용해 산성을 중화시키면 암의 전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암세포를 굶기는 대신 영양분과 산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면 암세포들이 새로운 환경을 찾아 다른 장기로 떠나려는 시도를 멈추고 얌전해지기도 합니다.
우리 몸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자체 방어 시스템을 다시 깨우고 암세포들끼리의 협력을 방해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암세포들은 면역 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정상 세포인 척 위장하거나 면역 세포의 스위치를 꺼버리는 교묘한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최근 각광받는 면역 항암제는 바로 이 속임수를 차단하여 면역 세포가 다시 암세포를 정확히 알아보고 공격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게다가 암세포들은 혼자서 이동할 때보다 여러 세포가 무리를 지어 뭉쳐 다닐 때 다른 장기로 훨씬 더 성공적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끈끈한 접착 물질을 만들어 서로 결합하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이동합니다. 만약 우리가 약물을 통해 암세포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막거나 서로 달라붙지 못하게 방해할 수 있다면 암세포의 무리는 흩어지게 되고 전이될 확률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박테리아의 소통을 방해해 감염을 막는 방식을 암 치료에도 똑같이 적용하여 암세포들의 연대를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암을 대하는 태도와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암 치료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무자비한 전쟁의 신 아레스처럼 적을 완전히 멸망시키기 위해 아군의 피해까지 감수하며 막강한 화력을 쏟아붓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암이라는 질병은 자연적인 진화의 결과물이기에 이런 맹목적인 공격으로는 결코 완전히 승리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혜와 전략의 여신 아테나의 방식을 따라야 합니다. 아테나는 무조건적인 파괴보다는 적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최소한의 힘으로 상황을 통제하는 전략을 씁니다. 암세포가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들이 서로 협력하지 못하게 방해하며 우리의 면역 체계를 영리하게 이용한다면 암은 더 이상 무조건 죽음을 의미하는 공포의 대상이 아닐 것입니다. 암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헛된 희망에 매달리기보다는 암세포의 진화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통제함으로써 암을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하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바꾸는 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치료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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