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원인은 활성산소 90%? 그 진실과 두 얼굴

활성산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많은 분들이 우리 몸의 **질병 중 90%**가 활성산소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우리 인체가 얼마나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질병을 단순히 활성산소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접근이 아닐까요?
우리가 그토록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활성산소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과연 활성산소는 무조건 제거해야만 하는 물질인지, 그리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말로 염증을 사라지게 하는지 심도 있게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활성산소가 어떻게 발생하고, 우리 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이덕철 교수의 저서 《노화공부》에서 그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다루어지고 있어, 본 장에서는 그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합니다.

활성산소 기초와 생성 과정
활성산소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자유라디칼입니다. 자유라디칼이란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를 갖고 있는 분자를 통틀어 말합니다. 하나의 궤도 안에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는 매우 불안정하여 주변 조직에서 전자를 빼앗아 자신의 전자를 채우려 합니다. 활성산소가 위험하다고 알려진 것은 바로 이 전자를 빼앗으려는 성질 때문입니다. 하나의 활성산소가 주변에서 전자를 빼앗아 안정화되면, 전자를 빼앗긴 세포는 또다시 주변에서 전자를 빼앗는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무수히 많은 세포로 손상이 퍼져 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몸이 이러한 활성산소의 연쇄 반응에 무방비로 파괴되도록 설계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우리 몸에 활성산소의 연쇄 반응을 막기 위한 방어 시스템, 즉 항산화 시스템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산소와 활성산소의 미묘한 차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산소 분자는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를 두 개 갖고 있습니다. 이 상태만 보면 불안정해 보일 수 있으나, 이 쌍을 이루지 못한 두 전자의 **스핀 방향(Spin Direction)**이 같은 방향이기 때문에 전자가 쌍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쌍을 이루지 못한 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산소가 불안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안정적인 산소가 햇빛을 받거나 "전자를 받으면" 매우 강력한 산화제로 바뀝니다. 놀라운 것은, 원래 안정적이었던 산소가 전자를 받고 불안정해진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산소가 활성산소가 되며, 활성산소에는 단항산소, 슈퍼옥사이드, 과산화수소, 하이드록시 라디칼의 네 종류가 있으며, 이 중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가장 강력합니다.

활성산소는 산소가 전자와 결합하면서 생성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내벽의 전자전달계에서 빠져나온 전자와 반응하여 만들어집니다.
다음은 세포 내에서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화학 과정을 거쳐 앞서 언급된 네 종류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전자, 빛, 수소 등 여러 물질이 이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자유전자만 관여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닌 것입니다. 당장 산소에서 슈퍼옥사이드 라디칼이 되는 과정을 보면 산소에 자유전자가 결합하여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부분이 또다시 드러납니다. 안정적인 산소가 전자를 받아서 활성산소가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전자를 공급하면 활성산소가 중화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전자를 공급했을 때 안정적인 산소와도 반응하여 오히려 활성산소를 만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대체로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 중 **1~3%**가 활성산소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상당한 양이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몸은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시스템을 애초부터 장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항산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과도한 양의 활성산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성산소는 오염 물질, 중금속, 흡연, 약물, 건강하지 못한 식단, 방사선 조사 등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되는 체내 물질
활성산소에 의해 손상되는 주요 체내 물질들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DNA: 자유라디칼의 중요한 공격 대상은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DNA입니다. DNA 골격을 공격하고 염기들의 화학적 변이를 일으켜 이중구조를 풀리게 하거나 변형시킵니다.
- 세포막: 대부분 다중 불포화지방산으로 이루어진 세포막은 활성산소의 공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 단백질: 단백질의 기본 골격과 곁사슬 역시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적 변형이 잘 일어납니다. 활성산소가 단백질의 특정 수소를 공격하면 연쇄 반응을 부르는 변형된 자유라디칼이 형성됩니다.
활성산소의 연쇄 반응을 막는 항산화 시스템
이제 활성산소의 연쇄 반응을 막는 우리 몸의 항산화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몸에 장착된 항산화 시스템은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물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앞서 활성산소 생성 과정 그림에서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전자와 수소 양이온과 반응하여 물이 되는 과정이 설명되었듯이, 전자가 활성산소와 반응하여 중화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구체적으로, 활성산소나 자유라디칼에 전자를 제공함으로써 체내 조직이나 세포 구성물의 산화를 억제하는 물질들을 항산화제라고 합니다. 항산화제는 특이하게도 활성산소에 전자를 제공하거나 결합해도 스스로 손상되거나 해로운 물질로 바뀌지 않는 물질들입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항산화제는 우리 몸 내부적으로 생성되는 내인성 항산화제와 외부에서 주입하는 외인성 항산화제로 분류합니다.
1. 내인성 항산화제
내인성 항산화제는 유전자에서 발현되어 생성되는 항산화 효소들입니다. SOD(슈퍼옥사이드 디스뮤타아제), 카탈라아제, 글루타티온 페록시다아제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물질들은 구리, 아연, 망간을 주된 구성 성분으로 하므로, 이러한 무기질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성산소가 중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전자 이외에 다른 원소들도 중화 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 SOD는 슈퍼옥사이드를 과산화수소로 바꿉니다.
- 생성된 과산화수소는 글루타티온 페록시다아제에 의해 산화 글루타티온과 물이 되거나, 카탈라아제에 의해 물로 바뀝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SOD에 의해 생성된 과산화수소에 2가철이 전자를 하나 주면 가장 강력한 활성산소인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형성됩니다. 이처럼 전자를 하나 공급하면 오히려 강력한 자유라디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이를 **펜톤 반응(Fenton Reactio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3가철이 다시 슈퍼옥사이드에서 전자를 받아 2가철이 되면 철분을 촉매로 하여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연쇄적으로 생성되는데, 이를 **하버-와이스 반응(Haber-Weiss Reaction)**이라고 부릅니다.
요약하면, 슈퍼옥사이드와 과산화수소가 철분을 만나면 이를 촉매로 하여 가장 강력한 활성산소인 하이드록시 라디칼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전자 공급보다 철 이온이 활성산소와 반응하지 못하게 막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몸은 평소에 철 이온이 활성산소와 반응하지 못하도록 철 운반 단백에 매우 단단히 부착시켜 놓습니다. 그러므로 철분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과도하게 철분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자주 복용하는 종합비타민제에 철분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섭취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2. 외인성 항산화제
외인성 항산화제는 외부에서 물질을 투입하여 항산화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비타민 E, 비타민 C, 베타카로틴 및 기타 식물성 항산화 영양소 등이 있으며, 건강한 식단으로 이러한 영양소들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활성산소의 두 얼굴: 질병의 원인인가, 신호 전달 물질인가
우리는 흔히 활성산소가 조직을 파괴하여 여러 질병을 일으킨다고 알고 있으며, 이러한 견해가 과거 수십 년 동안 확고한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학적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동물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활성산소는 노화의 원인이라기보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노화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항산화제로 활성산소의 생성을 낮추거나, 반대로 생성을 방해해도 최대 수명이 연장되거나 줄지 않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소할(Sohal)**이라는 과학자는 세포 내에서 생성된 활성산소의 약 0.1%만이 세포 내 소기관 손상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약 99%는 산화환원에 민감한 신호전달 단백질의 활성화를 조절하여 세포의 생존과 고사, 염증 조절 등 중요한 생체 반응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합니다. 즉, 활성산소에 의해 조직이 파괴된다는 자유라디칼 이론을 부정하며, 오히려 활성산소가 신호 전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활성산소는 질병의 결과물
활성산소는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알려진 항산화 비타민은 미토콘드리아의 높은 전위로 인해 벽을 쉽게 통과하지 못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항산화제를 복용한다고 해서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한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알려진 항산화제조차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이 매우 어려운데, 외부에서 자유전자를 공급해서 미토콘드리아 내부의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실 자유전자는 이미 미토콘드리아 내부에 충분히 존재합니다.
필수적인 신호 전달 물질
최근 활성산소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가 세포 내 중요한 생체신호 관련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세포의 대사와 발육, 증식, 항산화제 생성, 염증 반응 등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단백은 세포 내 산화환원 상태에 매우 민감하여 활성화되거나 비활성화됩니다. 그런데 활성산소는 세포 내 산화환원 상태를 조절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즉, 활성산소는 생체 내 분자생물학적 반응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포는 필요하면 활성산소를 만들어서 사용합니다.
다시 말해, 활성산소는 생체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신호 전달 체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물질이 되기도 합니다. 모든 물질은 양면적인 작용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에 존재하는 물질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 몸은 자율적으로 동작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며, 그러한 시스템이 불필요한 물질을 생성하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활성산소는 과도하게 많을 때는 세포 손상을 일으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너무 적어도 신호 전달 체계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맨발걷기(어싱)의 자유전자 이론에 대한 문제 제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발걷기를 하면 땅 속의 자유전자가 몸으로 들어와 몸 속에 축적된 활성산소를 제거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이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습니다.
- 자유전자의 이동 속도: 이전 글에서 알아봤듯이, 자유전자는 이동 속도가 매우 느려 몸 안으로 쉽게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 중화 과정의 복잡성: 단순히 자유전자만으로 활성산소의 중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중화 과정에는 다른 필수적인 원소들이 필요하며, 오히려 전자를 공급할 때 하이드록시 라디칼과 같은 강력한 활성산소가 생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미토콘드리아 벽: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하는 미토콘드리아의 벽은 자유전자가 쉽게 통과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 활성산소의 역할: 더욱 중요한 것은 활성산소가 질병을 유발하는 역할보다 생체신호 전달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싱의 자유전자 이론이 왜 허무맹랑한지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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