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기에 대한 오해와 어싱(Earthing)의 역할
정전기가 건강을 좌우한다?
맨발걷기를 실천하는 분들이 자주 언급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정전기 제거 효과입니다. 어싱을 하면 정전기가 제거되고, 이것이 곧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모든 질병을 '활성산소'와 '정전기'라는 단 하나의 원인으로 단순화시키는 방식은 피해야 합니다.

일부 영상에서는 적혈구의 빠른 이동으로 체내 마찰이 생겨 정전기가 쌓이고, 맨발로 어싱을 하면 이 정전기가 빠져나가 건강해진다고 주장합니다.



[출처:
_] 이들이 전압이 떨어진다는 것을 근거로 정전기가 빠져나가 0V가 측정되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듯이, 전압이 떨어지는 것은 어싱으로 인한 땅과 인체의 전위차가 같아지기 때문이지, 정전기가 방전되는 현상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따라서 어싱이 정전기 제거 효과가 있는지 따지기 이전에, 정전기가 무엇인지 과학적인 사실들을 먼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 자료: [https://www.keyence.co.kr/ss/products/static/static-electricity/basic/about.jsp])
정전기의 발생 원리: '균형이 깨진 전기'
물질은 일반적으로 전기적 안정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는 물질을 구성하는 음전하(전자)와 양전하(양성자)의 수가 같아 전기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정전기(Static Electricity)**란 '정지한 전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는 이 전기적 안정 상태, 즉 균형이 깨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전기적 균형이 깨져 전하를 띠게 되면 **'대전(帶電)되었다'**고 표현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정전기는 주로 마찰 전기입니다. 예를 들어, 머리카락을 플라스틱으로 비비면 머리카락이 플라스틱 쪽으로 끌어당겨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는 두 물체 간의 대전 서열에 따라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전자가 이동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두 물체 중 전자의 구속력이 낮은 물체에서 전자가 빠져나가게 되며, 이처럼 물체를 접촉하거나 마찰했을 때 어떤 극성으로 대전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 대전 서열입니다.

이 표에 따르면, 머리카락과 플라스틱을 비빌 경우, 머리카락에 있던 전자가 플라스틱으로 이동하여 머리카락은 전자가 부족한 +극으로, 플라스틱은 전자를 얻은 -극으로 대전됩니다. 극성이 다른 두 물질 사이에 인력이 발생하여 머리카락이 플라스틱에 달라붙는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동하는 것은 오직 '전자'뿐이라는 것입니다. 양성자는 전자보다 약 1,836배 무거워 핵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극으로 대전된다는 것은 양성자가 더해져서가 아니라 물체에서 전자가 빠져나가 전자가 부족해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찰 외에도 두 물체가 접촉만 해도 대전 현상은 일어날 수 있지만, 마찰 전기에 비해 전하량은 적습니다.
정전기의 방출과 감전 현상
겨울철에 문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만질 때 따끔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정전기 방출입니다. 겨울철에는 습도가 낮아 공기 중의 물 분자가 대전된 물체의 전하를 해소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정전기가 쉽게 발생하고 쌓입니다.

만약 손이 +극으로 대전되어 있고 엘리베이터 버튼이 -극으로 대전되어 있을 때, 손으로 버튼을 누르면 버튼에 있던 전자가 손으로 이동하여 전기가 통하게 되는데, 이때 따끔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 현상이 바로 정전기의 방전이며,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감전을 당한 것입니다.

정전기 방전은 전압 차이는 수천에서 수만 볼트(V)로 매우 크지만, 작용하는 시간이 매우 짧기 때문에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짧은 순간의 통증은 피할 수 없습니다.
도체와 부도체에서의 전자의 이동
전자는 모든 물체에서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자가 이동하기 쉬운 물체를 도체라고 하며, 반대로 이동하기 어려운 물체를 **부도체(절연체)**라고 합니다. 부도체는 도체에 비해 자유전자가 매우 적기 때문에 전기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부도체에 대전된 물체를 가져다 대면, 전자가 이동하지는 못하지만 대전 물체의 극성에 따라 부도체 내부에서 전하의 분포가 변화하여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수는 있는데, 이를 분극 현상이라고 합니다.

도체를 접지(Grounding)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전 물질의 극성에 따라 땅으로부터 전자가 도체로 이동하거나 빠져나가게 됩니다.
[출처: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toshizo&logNo=220346960234]

위 그림처럼 접지를 하게 되면 대전 물체의 극성과 반대되는 전하가 도체 표면에 유도되는데, 이 상태에서 접지를 끊으면 도체에는 대전 물질의 극성과 반대되는 전하가 남게 되어 대전됩니다. 이를 유도 대전이라고 하며, 전자의 이동이 필요하므로 도체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아래 그림의 물체 A처럼 -극성으로 대전된 물체는 접지하면 전기 회로가 구성되어 과도한 전자가 땅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전자만 이동 가능하며, 도체에서만 이러한 전자 이동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땅과 접지함으로써 정전기가 방출되는데, 이 방출로 인한 통증 정도는 두 물체 간의 전압 차이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 대전 전위와 전격의 강도표 참고)

반면, **절연체(부도체)**는 전자가 이동하지 못하므로 이러한 정전기 방출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인체의 정전기와 방출 시간
인체는 소량의 정전 용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접지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몸을 움직이는 동안 대전 상태가 됩니다. 전자 산업에서는 인체에 쌓인 정전기가 방출될 때 전자 회로가 고장 날 수 있으므로, 작업자들이 접지 스트랩을 착용하고 전자 회로를 만지게 합니다.

인체는 대전표에서 보듯이 +극으로 대전되기 쉬운데, 이는 인체에 전자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상태에서 접지하게 되면 땅으로부터 전자가 유입되어 대전 상태가 해소됩니다.
이때 전자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여 해소된다기보다는, 인체와 땅 간의 전기 에너지가 같아져서 해소된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대전 전위가 해소되는 시간($T$)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됩니다.
$\text{T} = \text{R} \times \text{C}$

위 그림에서 접지 저항($R$, 물체와 땅 사이의 저항)을 $1\text{M}\Omega$, 도체의 정전 용량($C$)을 $1,000\text{pF}$로 가정하면, 대전 전위가 해소되는 시간은 $1\text{ms}$가 됩니다. 인체의 경우 정전 용량이 약 $200\text{pF}$ 정도이므로, 접지 저항을 $1\text{M}\Omega$으로 가정하면 전위가 해소되는 시간은 $0.2\text{ms}$가 됩니다. 즉, 방출해야 할 전위가 적기 때문에 더 빨리 방출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인체는 대전 전위가 $1\text{kV}$ 이하일 경우에는 정전기 방출을 느끼지 못하며, 따끔한 통증을 느끼는 것은 $3\text{kV}$ 수준입니다. 인체와 땅의 대전 전위가 $1\text{kV}$ 이하라면 우리는 접지를 하더라도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방출 시간 시뮬레이션: [https://www.digikey.kr/ko/resources/conversion-calculators/conversion-calculator-time-constant])

절연체(신발)를 신고 있을 때의 정전기
앞서 접지로 인한 정전기 방출은 도체에서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맨발이 아니라 절연체인 신발을 신고 있다면 신발 속에 쌓여 있는 정전기는 접지하더라도 방출되지 못합니다.

다만, 절연체와 도체가 붙어 있고 도체가 접지되어 있을 경우, 절연체의 대전 극성과 반대되는 극성이 도체 표면에 나타나는 유도 대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절연체와 도체가 맞닿은 부위의 전압을 측정하면 0V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는 절연체의 전기장이 도체의 전기장에 의해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즉, 전압이 0V로 측정되더라도 절연체의 정전기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정전기 대책: 숲속 걷기와 습도
정전기를 가장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공기 중의 습도를 높여 주는 것입니다. 습도가 높으면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고, 정전기가 이 물을 통해서 쉽게 빠져나가 대전 상태가 해소됩니다.


실제로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이 도시숲의 피톤치드와 기상 인자를 측정한 결과, 숲의 평균 습도가 도심보다 $10.7%$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나뭇잎의 증산 작용 때문인데, 숲이 도시 환경보다 습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가장 쉽고 쾌적한 정전기 제거 방법은 숲이 우거진 곳에서 걷는 것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어싱과 정전기 제거 이론에 대해 더 깊이 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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