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장 몸 속의 플라시보 효과
마음의 시간 시계를 되돌린 엘렌 랭어의 수도원 실험
1981년 하버드 대학교의 엘렌 랭어 박사는 70대와 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놀라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노인들을 외딴 수도원에 모아두고 일주일 동안 마치 22년 전인 1959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완전히 연기하며 생활하게 한 것입니다. 그들이 머무는 공간에는 과거의 잡지와 영화, 음악, 그리고 당시의 시사 뉴스 등 노인들이 젊은 시절에 경험했던 환경적 신호들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후 노인들의 몸을 측정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자신이 젊다고 굳게 믿고 행동했던 노인들은 실제로 시력과 청력이 좋아졌고, 관절염이 줄어들어 손가락이 길어졌으며, 기억력과 지적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심지어 지팡이를 버리고 가볍게 미니 축구를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신체 구조와 기능이 모두 젊어졌습니다.
유전자 결정론을 넘어서는 후성유전학의 발견
이 기적 같은 변화의 열쇠는 바로 우리 몸의 유전자에 있습니다. 과거 과학계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가 평생 변하지 않고 우리의 건강과 운명을 결정한다는 유전자 결정론을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후 발견된 사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인간에게는 신체 단백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유전자가 생각보다 훨씬 적었으며, 유전자는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주변 환경의 신호에 따라 켜지거나 꺼지는 수많은 가능성의 창고라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이처럼 유전자 자체의 배열은 변하지 않으면서 외부 신호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는 학문을 후성유전학이라고 부릅니다.
생각과 감정이 유전자 스위치를 켜는 과정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배우거나 긍정적인 경험을 할 때, 혹은 깊은 명상을 통해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때 우리 몸 안에서는 특별한 화학 메신저가 분비됩니다. 이 메신저들은 세포막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세포 핵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단백질 덮개를 열어젖힙니다. 그 결과 몸을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높이는 유전자가 활성화되어 신선하고 건강한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실제로 단 3개월 동안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바꾼 암 환자들의 몸에서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는 켜지고 암을 촉진하는 유전자는 꺼지는 급격한 유전적 변화가 확인되었습니다.
몸의 손상된 부위를 수리하는 만능 줄기세포
이 과정에서 우리의 상한 조직을 재생시키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 바로 만능 세포라 불리는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는 아직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점토 같은 존재로, 유전자가 올바른 단백질 신호를 보내주면 뇌세포, 피부세포, 면역세포 등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어떤 세포로든 변신하여 손상된 부위를 완벽하게 수리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생존 모드로 살아갈 때는 이 놀라운 치유 시스템이 완전히 멈춰버립니다.
생존 모드를 끄고 복원 모드를 활성화하는 방법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몸의 에너지를 성장과 복구, 그리고 치유에 쓰지 못하게 가로막고 오직 도망치거나 싸우는 비상 방어 상태에만 쏟아붓게 만듭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온몸을 지배하면 세포들은 문을 닫아걸고 방어에만 집중하며, 면역계를 약화시키는 나쁜 후성유전적 변화를 일으켜 결국 온갖 질병과 노화를 촉진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명상을 하거나 마음 깊이 감사와 사랑 같은 확장된 감정을 느낄 때는 단 한 번의 세션만으로도 스트레스 유전자가 꺼지고 면역력을 높이는 유전자들이 무더기로 켜집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과 감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매 순간 내 몸의 유전적 운명을 직접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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