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역항암치료의 역사와 극적인 연구 여정
1. 장기 생존의 희망을 연 면역항암치료의 노벨상 수상
이천십팔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암 치료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면역항암치료의 토대를 마련한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혼조 다스쿠 교수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들은 암세포가 우리 몸의 면역계를 속이는 원리를 규명하여 암과의 전쟁에서 인류가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딛게 도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이 있기까지 면역항암제의 역사는 지난 백이십 년간 수많은 실패와 회의론으로 가득 찬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불과 이천 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초기 세포막 자극 약물들은 효과는 적고 환자를 중환자실에 보낼 만큼 심각한 전신 부작용을 일으켜 많은 의사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소수의 연구자가 면역 치료 연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생존 곡선의 독특한 특징 때문이었습니다. 말기 암 환자에게 일반 항암제를 쓰면 생명을 몇 달 연장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이 영에 수렴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약 십 퍼센트 내외의 환자에게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지는 관해를 일으키며 십 년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장기 생존의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2. 세균 감염의 기적에서 출발한 콜리 독소 치료법
면역항암치료의 시초는 천팔백구십년 하버드 의과대학을 졸업한 젊은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콜리는 암 환자를 정성껏 치료했으나 결국 암이 퍼져 숨진 어린 소녀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과거 병원 기록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얼굴에 암이 생겨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던 한 환자가 수술 후 우연히 심한 세균 감염증에 걸려 고열과 오한에 시달린 뒤 암세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적 같은 사례를 발견했습니다. 세균 감염이 우리 몸의 방어 체계를 강하게 깨워 암세포까지 함께 공격했다는 사실을 직감한 콜리는 죽은 세균을 암 환자에게 주입하는 콜리 독소 치료법을 개발하여 사십 년간 수백 명의 환자를 치료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는 왜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정확한 원리를 증명할 수 없었고 부작용도 심했습니다. 결국 미국암학회 등으로부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입증되지 않은 요법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이 위대한 시도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면역 치료는 긴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3. 암 연구소 설립과 비시지 백신의 최초 승인
암흑기 속에서도 연구의 실낱같은 불꽃을 이어간 이들이 있었습니다. 콜리의 딸인 헬렌 콜리는 전문 의학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아버지가 치료한 수백 명의 환자 기록을 헌신적으로 정리해 논문으로 발표했고, 후원금을 모아 면역항암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연구소인 씨알아이를 설립했습니다. 이 연구소에서 활동한 로이드 올드 박사는 실험용 쥐 연구를 통해 결핵 백신인 비시지 백신이 방광암 치료에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여 천구백구십일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또한 그는 면역 치료의 발전을 위해 젊은 의과학자들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천팔백구십일년 콜리가 처음 뿌린 면역 치료의 씨앗은 딸 헬렌과 올드 박사를 거쳐 올드 박사의 제자인 제드 월척 의사에게 이어졌고, 월척 박사가 최초의 현대적 면역관문억제제 임상시험을 주도하면서 백이십 년 만에 마침내 위대한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4. 시티엘에이포 차단제 여보이의 탄생과 가짜진행의 반전
최초의 현대적 면역관문억제제는 티세포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시티엘에이포 단백질을 차단하는 원리로 개발되었습니다.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연구를 통해 티세포의 면역반응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음의 조절인자인 시티엘에이포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생쥐 실험에서 시티엘에이포를 차단하는 항체를 투여했을 때 암 덩어리가 마법처럼 완전히 녹아 없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계가 활성화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초반에는 암이 계속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 브레이크가 풀리면 장기간 강력하게 지속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메다렉스사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여 유도 미사일 형태의 여보이라는 신약을 선보였습니다. 초기 임상시험 중 환자의 암세포가 갑자기 붓고 커져 실패한 것처럼 보였으나, 환자가 몸 상태가 좋아진다고 느끼자 치료를 지속한 결과 암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대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이는 면역세포들이 암세포와 싸우기 위해 대거 침투하면서 일시적으로 암이 커 보이는 가짜진행 현상임이 밝혀졌고, 이 공로로 이천십일년 여보이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공식 승인을 받으며 면역항암제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5. 피디원 억제제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극적인 개발 경쟁
동일한 시기, 또 다른 강력한 면역 브레이크인 피디원과 피디엘원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레이스도 드라마틱하게 펼쳐졌습니다.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수는 티세포가 활성화될 때 나타나는 피디원 단백질이 면역반응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브레이크 스위치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미국의 리핑 첸 교수 역시 암세포 표면에 잔뜩 돋아나 티세포를 속이는 피디엘원이라는 면역억제 단백질을 발견했습니다. 혼조 교수 연구팀은 암에 걸린 생쥐에게 피디원과 피디엘원이 서로 결합하지 못하도록 막는 항체를 주입하면 티세포가 속지 않고 암세포를 공격해 파괴한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제약사의 지원을 받아 옵디보라는 신약을 개발했습니다. 이와 경쟁하던 거대 제약사 엠에스디 역시 주인이 바뀌며 버려질 뻔했던 약물인 키트루다의 잠재력을 알아채고 빠른 레이스에 동참했습니다. 엠에스디는 신약 승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혁신적 치료법 지정 전략과 약이 잘 들을 것 같은 환자만 콕 집어내는 동반 진단법을 도입하여 수천 명의 환자를 빠르게 모집했고, 결국 흑색종과 폐암 치료제로 옵디보와 거의 동시에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아내며 경쟁에서 승리했습니다.
6. 면역관문억제제 춘추전국시대의 개막과 다양한 암종의 정복
두 선두 주자가 면역항암제 시장을 개척하자 전 세계 거대 제약회사들이 치열한 기술 개발 레이스에 뛰어들면서 바야흐로 면역항암제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습니다. 후발 주자들은 앞선 특허를 피해 피디원의 결합 파트너인 피디엘원 단백질을 차단하는 항체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이들은 기존 약물이 선점한 시장을 피해 아직 연구가 부족했던 틈새 암종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을 폈습니다. 그 결과 로슈사의 티쎈트릭은 치료가 어렵기로 악명 높던 삼중음성 유방암과 소세포폐암 그리고 표적치료제와 병합하여 간암 분야에서 십오 년 만에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등극하는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화이자사의 바벤시오는 메르켈세포암이라는 희귀 피부암과 방광암 유지요법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임핀지는 말기 전 단계인 삼 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비약적으로 늘리며 고유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비웃을 때 다수의 비판을 뒤로하고 평생 연구에 몰두했던 위대한 과학자들의 업적 덕분에, 오늘날 수많은 암 환자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완치의 혜택을 누리며 암으로부터 진정한 자유를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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